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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야기

고구마

고구마 다섯 개가 남았다

세 개를 지었다 하나를 내려둔다

두 개만 삶아 나서야겠다

조금 짧은 길을 돌아와야지 하는 얇고 좁은 의지 표현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익어갈 즈음, 겨울이다

제철이라지만 외로움을 병으로 앓아 한방에서 지낸다

체온만으로 데워진 좁은 방

흐름을 알 수 없는 온기만으로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

 

고구마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인데

길고 좁은 길

한참을 걷고나서야 잠깐 멈춰 앉을 작은 의자가 있고

차가워진 너를 내 속에 담으며 따뜻했을 그때를 떠올릴 테지

 

아, 용서를 구한다

속삭여본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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