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리산을 다녀왔다.
남부능선에서 바라본 세석평전은 울창한 숲이 주는 푸근함이 절정에 이른 듯했고, 짧게 걸은 지리 주릉은 반갑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했지만, 사뭇 중후함이나 완숙함이 느껴졌다.

나의 첫 지리산행은 1991년 5월이었는데, 이 때는 매년 열리는 학교 축제기간이었고 이른바 “축제등반”으로 지리산을 가는 산악부 전통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정서적으로 가까이 여김에도 오랜 기간 지리산을 찾지 않았는데, 걷는 동안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본다. 거대한 숲이 주는 무게감, 그게 좀 무서웠던 것 같다.



26년 7월 24일, 어느덧 장마는 유야무야 끝나버리고 연일 불볕더위에 열대야가 기승이다.
한 여름밤 문득 지리산이 보고 싶었다. 압도적인 규모의 거대한 숲속을 걷고 싶었다.



오 십리 길을 홀로 걸으며 안부와 위로를 주고 또 받았다.
환대받게 될 것을 알고 나선 길이었던 것 같고, 앞으로 자주 찾기로 했다.
'trail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머무르며 들여다 봄 (0) | 2026.08.23 |
|---|---|
| 비현실적인 그래서 신비로운 (0) | 2026.08.17 |
| 칠월, 어느날 (0) | 2026.07.04 |
| 약속 (0) | 2026.06.20 |
| 아직은 오월 (0) | 2026.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