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리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해거리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 가도우리집 감나무는 허전했다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왜 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응 해거리하는 중이란다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밭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배고픈 만큼 소리치곤 했다 - 박노해 님의 '해거리' 배부른 내가, 이 시를 읽고 감동받는다. 안으로 그리고 밑으로 살피고 챙겨야지 하는 생각, 더..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