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끝, 그 새로운 시작. 오늘 작정하고 루트 정리를 단행했다. 전부는 아니고 100도(degree) 오버의 한쪽 벽만 말이다. 순서를 정하는 숫자 표식이 홀드마다 여러개다. 루트마다 나름의 이름과 만든 일자가 쓰여 있는데, 2년 이상 묵은 것도 두어 개 된다. 말 그대로 이렇게 오래 묵힌 이유라고 한다면 아마도 게으름이 한몫했겠지만 꼭 그 탓만은 아니다. 루트를 만들 때의 정성과 기억이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 번 숨차게 오르내렸던 추억이 쉽게 붙이고 떨어지는 종이테이프 숫자 속에 담겨있다고 해야 할까...! 사라지는 것, 잊히는 것, 뭐 그런 감상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 같은 게 있었다고 해야겠지. 표식이 다 떨어진 벽. 말하자면 여백만 남은 셈이다. 잠깐 벽을 마주 보고 앉아 숨 좀 돌리다 보니 최백호 님의 '부산에 가면'이 흘러..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