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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moment

가믄 여름, 모처럼 비오는 날

여러 번 검색용 컴퓨터 앞에 서서 찾고, 번호를 받아 쓴다.
서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고 읽고 다시 회수용 수레에 올려둔다.
빌리기로 마음먹은 몇 권은 책상 한쪽에 모아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밖으로 가지고 나간 적이 없는데, 빌린 책 중 한 권을 찾지 못해 연체 중이었다.
소중한 책갈피를 꽂아 두었기에, 새 책 구매를 두어 주 미루고 집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찾아다녔다.
 
찾고 싶었고, 결국 찾았다, 휴대폰 덕분에.
침대 머리맡 사이에 숨어있던 책을 찾은 순간, 큰 걱정거리 하나를 해결한 때의 후련함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어제 지리산을 다녀왔다. 
지난달 말부터 벌써 다섯 차례 지리산을 다녀온 건데, 그사이 여름휴가가 있어 생각보다 여러 번 다녀오게 되었다.
어제 다녀온 산행은 기록을 남겨야겠다 생각 중인데, 요즘 지리산을 다녀오는 동안 아주 강력한 안도감을 느낀다.
뭐랄까 앞서 얘기한 (소중한 것을 간직한) 책을 찾은 순간 느낀 후련함과 안도감 비슷한 "다행이다"가 딱 맞는 느낌이다.
 
지금이기 때문에 다행인걸 아는 거라 믿기에 "왜 이제?"라는 생각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이원규 님의 책을 읽었고 또 빌렸다.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오는 듯 마는 듯 짧게 지나가 버린 장마와 그 후 하루도 비다운 비가 오지 않은 가믐 심한 여름이었다.
그러니 오늘 내리는 이 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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