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고구마
stella alpina
2020. 1. 11. 16:03
고구마 다섯 개가 남았다
세 개를 지었다 하나를 내려둔다
두 개만 삶아 나서야겠다
조금 짧은 길을 돌아와야지 하는 얇고 좁은 의지 표현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익어갈 즈음, 겨울이다
제철이라지만 외로움을 병으로 앓아 한방에서 지낸다
체온만으로 데워진 좁은 방
흐름을 알 수 없는 온기만으로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
고구마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인데
길고 좁은 길
한참을 걷고나서야 잠깐 멈춰 앉을 작은 의자가 있고
차가워진 너를 내 속에 담으며 따뜻했을 그때를 떠올릴 테지
아, 용서를 구한다
속삭여본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